호프는 무슨 씨발놈아!
극장을 나오면서 처음 든 생각이 이거였다. “씨발 내돈.” 마치 대한민국 축구대표팀같은 영화 <호프>
극장을 나오면서 처음 든 생각이 이거였다. “씨발 내돈.”
〈호프〉는 나홍진이라는 희대의 과대평가된 감독이 드디어 밑천을 다 드러낸 영화다. 나는 진작부터 이 인간이 〈추격자〉에서 커리어를 끝냈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데뷔작 한 방의 임팩트를 커리어 내내 우려먹으며 ‘거장’ 소리를 듣는 감독. 연상호, 너도 마찬가지야 웃지 마 개놈아. 한국 장르 영화판이 유독 관대하게 떠받드는 이 두 이름을 나는 도저히 못 견디겠다. 믿고 거르는 한국 천만영화라는 인식을 만든 장본인들이다.
속임수로 쌓아 올린 필모그래피
냉정하게 보면 〈황해〉와 〈곡성〉은 반칙과 얕은 수로 관객을 그럴듯하게 속여먹은 영화였다. 간단하게 말하면 이렇다. 〈황해〉는 핸드헬드가 멋있어 보여서 만든 영화였다. 카메라가 미친 듯이 흔들리니까 뭔가 날것의 긴장감이 있는 것 같지만, 그 대놓고 8자로 휘두르는 흔들림이 서사의 빈틈을 가려주는 연막이었을 뿐이다. 〈곡성〉은 한술 더 뜬다. 그건 관객들이 해석 가지고 서로 싸우는 걸 보고 싶어서 만든 영화다. 명확한 답을 주는 대신 떡밥만 잔뜩 뿌려 놓고, 관객이 알아서 의미를 채워 넣으면 그걸 ‘감독의 깊이’로 가져가는 방식. 열어놓은 게 아니라 그냥 안 닫은 거다. 그리고 〈호프〉도 똑같다.
〈호프〉, 밑천이 오링나다
나홍진의 이번 무기는 스케일인 듯 하지만 그걸 하기에 가장 나쁜 사람이 나홍진이었을 뿐이다. 우주선 타고 다닐 정도의 기술을 가진 애들이 아무 장비도 없이 원시적으로 맨손으로 사람들 죽여가면서 행성을 뒤지고 다닌다고? 처음엔 그렇게 영리한 종족이라며. 그런데 극이 흘러갈수록 왜 그렇게 애써 미개해지려고 발악하는 건데? 설정의 지능과 연출의 편의가 정면으로 충돌하는데, 감독은 그걸 봉합할 생각이 아예 없다. 그냥 “그림이 나오니까” 찍은 거다. 반복되는 경찰차의 드리프트가 주장하듯이. 〈황해〉의 8자 핸드헬드가 그러했듯이.
그리고 지금은 2026년이다. 제발 물리법칙 좀 신경 쓰라고. 40킬로 자동차에 치여서 몇 바퀴만 굴러도 죽는 게 사람이라고. 맞고 날아갈 충격이면 부서지는 게 사람 신체라고. 이건 SF적 상상력 이전에 그냥 최소한의 정성의 문제다. 등장인물의 몸이 아파야 관객의 긴장도 살고, 그래야 극장 좌석에 반쯤 누워서 졸지 않는거다. 그런데 이 영화는 사람이 인형처럼 튕겨 나가도 아무렇지 않게 다음 컷으로 넘어간다. 외계인한테 쳐맞아 나무로 날라가서 쓰리쿠션으로 튕겨 떨어진 놈이 미친듯이 질주하다가 말을 타면서 총질하다가 그상태로 달리는 자동자에 매달려서 총질하다가 어딘가에 부딛혀 땅에 떨어진 후에 멀쩡히 걸어다니는 연출은 충격적이다 못해 의도적인 어그로처럼 느껴질 정도다. 분명 이걸로 까면 ‘〈호프〉의 장르는 슈퍼히어로’라고 우길 인간이다, 나홍진은.
더 화가 나는 건, 이렇게 되기까지 주변에서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었을 거라는 거다. 주변 놈들, 니들이 더 나빠 십새들아. “지구인을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알려준다”는 그 손발 오그라드는 대사가 편집에서 안 잘리고 살아서 극장까지 나온다고? 나홍진을 안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는 이 영화가 확실하게 알려주고 있다. 큰 영화를 만들기에 깜냥이 안 되기로는 윤제균과 동급이다. 작은 그릇에 큰 예산을 부으면 어떻게 되는지 이 영화가 두 시간반에 걸쳐 보여준다.
정작 안타까운 건 배우들
〈호프〉는 그냥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다. 연기 잘하는 배우들을 이렇게 나락으로 보낸 것도 모자라서, 왜 마이클 패스벤더와 알리시아 비칸데르 같은 외국 배우들까지 나홍진한테 낚여서 흑역사를 쌍으로 찍고 만 건지 특검을 조직해서 낱낱히 수사해야 한다고 본다. 대본을 받고 뭐라도 감지했을텐데. 그 아까운 얼굴들이 물리법칙 무시하는 액션 속에서 표정 연기 할 기회도 없이 오남용(?)되는 걸 보면 진짜 속이 쓰리다. 그 덕에 나홍진과 연상호는 둘 다 쌍으로 나한테 씹히고 있는 거다. 윤제균까지 곁들여서.
한번 더 다짐
간만에 쓰는 글인데 이렇게 감정적으로 똥글 싸질러도 되나 싶었다. 리뷰랍시고 욕만 잔뜩 박아 놨으니까. 근데 아 몰라, 내 블로그 누가 들어온다고. 시발 그냥 나 막 살래. 내 돈 씨발! 앞으로 난 진짜로 이새끼 영화는 극장에서 안본다고 다짐 또 다짐한다. 연상호 영화도.
